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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바의 변재

이스가리옷 E. 로트와일러 본문

멤버

이스가리옷 E. 로트와일러

서천 꽃감관 2021. 7. 31. 02:35

“ 과찬이세요. ”

 

외관:

@S0D4_Commission

 

검은 직모 . 갈색 피부 . 금안 . 작은 입 . 왼편을 감싼 트루클로로슈카 . 레이스 장갑 . 묵주반지

 

일곱 베일을 닮은 머릿결은 방직공이 가장 정성들여 직조한 흑단을 연상케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가위날로 손질해 일자를 그리는 앞머리는 이마를 덮는 기장으로 눈두덩 언저리에 머물러 있고, 안쪽으로 말린 머리카락은 입꼬리 끄트머리에 닿을 지경으로 굽어 있어 뺨의 절반 이상을 가린다. 숫구멍에 뿌리내린 가닥가닥이 영 예사로운 길이가 아니라 거진 여름날 흙바닥에 낭자한 글록시니아 꽃잎을 쓸어담을 만치 자라 뒤꿈치까지 이르는데, 유난히 정적인 이이의 몸짓을 모방하듯 곧게 장류한 머리칼 또한 움직임이 거의 없어 빗자루 신세는 면했다.

 

색과 농도가 호두나무 원목과 일맥상통한 피부는 요철이 없고 흠이랄 것도 거의 보이지 않아 차라리 잘 보전된 고급 도자기를 닮아 있다. 살갗 대부분이 피륙에 가려져 있어 좀체 밖으로 드러낼 일이 없지만서도. 아래로 기울어진 눈썹과 둥근 눈매가 척 보기에도 양순하나, 아카시아꿀을 굳혀 만든 것처럼 샛노란 홍채에 깊숙이 박인 동공만은 세로로 길게 찢어진 데다 빛 한 점 산란하지 못해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눈 아래 뺨에 점이 하나씩 찍혀 있으며, 눈꺼풀을 여닫는 빈도며 속도가 보통 사람에 비해 현저히 굼뜬 것이 특징. 보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눈을 떼는 법 없이 길게 주시해 피사체에게 불가해한 압력을 가하기도 하나 검은 천으로 반절 잘린 시선이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으리라. 으레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이 뒤집어 쓰곤 하는 베일과 똑같은 재질의 안대―통칭 트루클로로슈카truchlorouška로 왼쪽 눈을 비롯한 왼쪽 얼굴 전체를 사선으로 감싸 목에 고정하고 있으며, 어느 누구의 앞에서도 그것을 푼 적이 없으므로 그 속에 무엇을 감춰 두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기도를 위한 입술은 넓게 두른 천의 가장자리가 닿을 정도로 작다. 최대한 벌린다고 벌려 봐도 체크쿠키 한 조각이 겨우 들어가는 수준. 무언가를 먹을 때나 말을 할 때, 심지어는 크게 웃을 때조차 이가 보이지 않는데, 드물게 드러나는 치아가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날카롭다. 

 

학칙에 알맞게 차림한 옷매무새는 언제나 구김살과 오염 없이 청결한 상태를 유지한다. 보타이에 잡힌 딤플 주름조차 그린 듯이 반듯해 정갈한 느낌을 주고, 흠 하나 그어지지 않은 회중시계는 허리춤에 상시 구비하고 있다. 교복에 어떠한 변용도 주지 않았으나 치마의 기장만은 발목 부근까지 폭 좁은 양상으로 늘였고 키에 비해 작은 발에는 늘 흰 타이즈와 검은 단화가 신겨 있다. 양손에는 레이스 장갑을 착용하고 있으며, 관찰력이 좋은 이라면 장갑 아래 맨손의 엄지손가락에 각각 걸린 묵주반지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름: 이스가리옷 E. 로트와일러 / Iscariot E. Rottweiler


나이: 18세


성별: 여성


국적: 영국


키 / 몸무게: 164cm / 표준 체중


성격:

 

[키리에 엘레이손] [가장 보통의 인간] [디케의 칼과 저울]

 

얌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록시 필드의 요조숙녀. 아무리 궂은 일을 시켜도 투정조차 부리지 않으며 임계점이 상당히 높아 응당 분노해 마땅한 상황에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이가 없다고 한다. 뼈와 살이 아닌 인내와 겸손으로 빚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품이 단정해 몇몇 교수는 그를 두고 과연 신의 종복을 자처하는 로트와일러의 자녀답다고 평하며, 바르고 단정한 몸가짐과 잘 교정된 말투는 그가 상류층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귀족 사회에 몸 담근 일원임을 증명한다.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나 숫기가 없다기보다는 수선스럽지 않고 얌전해 보기 좋다는 인상을 남긴다. 다정하고 세심한 면은 교우관계에서도 두드러지는데, 한 번이라도 마주친 적 있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 등을 빠짐없이 외우고 있어 적어도 대부분의 학생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수더분하다.

 

갈등과 소란을 일으키는 법이 없으며 어느 집단에 던져놓아도 무난하게 섞여드는 특성 탓에 특별히 눈에 띄는 이는 아니다. 어느 분야에서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주목도 자체가 낮아 큰 화젯거리랄 게 없다. 인간상에 정해진 표준 규격이 있다면 그것에 제일 걸맞을 양상으로, 스스로도 구태여 돋보이고자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군중을 이루는 머리 하나 정도의 존재감을 갖는다. 언제 끼어들었는지 알 수 없고 또 언제 사라져도 그 행방을 궁금해 할 이가 없는 가장 보통의 인간.

 

모두에게 자비롭고 상냥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끔은 과도하게 이성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가치 판단이 요구되는 보편적 경우에서는 감성에 호소하는 유동적인 결론도 내릴 줄 알지만, 지나치게 예외적이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는 냉엄하기가 디케의 칼과 같다. 어느 신념이나 사상에 치우치지 않은 판단력과 선택은 미상불 어느 법전의 판결문 혹은 기계적으로 경중을 재는 저울의 성질을 그대로 갖다 놓은 듯하며, 이성에 입각하자면 그만큼 객관적인 결과가 없다한들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말인즉슨, 정당하나 정의롭지 않다.


기타


01

| 로트와일러Rottweiler 家 |


01-1. 가문

로세시Rothesay 공작의 방계 친족이자 스코틀랜드 북부 주 서덜랜드에 자리잡은 젠트리 집안. 12세기 초 공작가의 신실한 막내딸이 돌연 독신 서약을 파기하고 목양일을 하는 중간계급 청년과 결혼해 분가하여 세운 가문으로, 표면상 신분은 그리 높지 않으나 직계로부터 상속받은 자산이 상당하며 그중에는 서덜랜드 일대의 토지와 섬까지 포함되어 있어 대대로 부유한 생활을 영위해 왔다. 북서 고원 탈벳Tarbet에 저택을 두고 있으며 로트와일러의 소유권 하에 놓인 땅 일대를 통틀어 울프스덴Wolf’s den이라 부른다.

가문을 창시한 공작의 막내딸로부터 대대로 신앙심을 물려받아 로트와일러 일가의 구성원은 절대다수가 종교적, 신학적 일을 업으로 삼는다. 물론 포괄적인 범주만 고정돼 있을 뿐 어느 직업을 갖는지는 개인에 따라 다른데, 가문 설립 초기에는 그 직종이 신부나 수녀와 같은 교회 종사자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현재에는 종교 및 인민 구제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업종 - 수도사, 목사, 선교사, 간호사, 장의사, 부검의 등 - 에서 로트와일러의 일원을 볼 수 있다. 이중 종교를 제외하고 가장 두드러지는 업무는 장례이며, 현재 가문의 이름을 내건 상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01-2. 울프스덴

산간 분지에 세워진 소규모 도시 탈벳과 그 외곽에 자리잡은 농장 마을 파나그모어Fanagmore 및 출입금지 구역으로 규제된 더브 호Loch Dubh, 핸다 섬Handa Island을 포함한 로트와일러 소유의 영토를 통칭하는 말. 탈벳을 둘러싼 포이네이븐Foinaven 산맥은 스코틀랜드 늑대들의 유구한 서식지임과 더불어 대대적인 늑대 말살 계획1)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이 은거하는 장소이며, ‘늑대 소굴’이라는 의미의 별칭 역시 이러한 특성에서 유래되었다. 늑대와 조우할 확률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나 강한 경계심과 야생성을 가진 포이네이븐 산맥의 늑대들에겐 인간을 먼저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실제로 탈벳과 파나그모어 농가는 이따금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내려오는 늑대 무리에 의해 아직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다.

 

1) 산업혁명 이전, 영국 전역에 급작스레 증식한 늑대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각국의 왕실에서 시행한 제도를 일컫는 말. 실례로 잉글랜드 왕실은 범죄자에게 사형 대신 매년 일정한 수의 늑대 혓바닥을 헌납하는 의무를 지우거나 1월부터 3월경까지 이어지는 앵글로색슨족의 늑대 사냥 전통을 장려하는 등 각종 삼림 벌채와 포상금 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늑대의 개체수를 줄이고자 했다.


01-3. 로트와일러 상조

늑대 출몰 빈도가 높은 울프스덴의 특성상 관련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 그 피해가 막심할 땐 늑대에게 물려 죽은 시신을 운구하는 동안에도 사망자가 늘어나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이 길바닥을 나뒹굴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에 로트와일러 일가는 손수 유해 정리와 염습 절차를 돕고 약식으로나마 위령미사를 집도하여 죽은 이들의 영령을 안식의 길로 인도했으며 이것이 바로 로트와일러 상조의 창립 시초다. 교회 일에만 종사하던 로트와일러의 일원들이 염장이, 장의사, 납관사 등 장례와 관련된 업무를 도맡게 된 것도 이 즈음의 일. 일가가 운영하는 교회의 부속 건물에서 수행되던 장례 지도 업무는 추후 독립적인 가업으로 부상해 ‘로트와일러 상조’로 구체화된다.

가업이라고는 하나 일단은 가문의 신앙심에서 파생된 일이기 때문에 로트와일러 상조의 장례예식 또한 천주교 색이 짙고, 영리성을 거의 띄지 않아 봉사 단체에 가깝다. 사망자와 유족 둘 중 한 명이라도 울프스덴에 거주하고 있다면 예외없이 무상으로 장례를 치러주며 타지민의 경우 울프스덴의 거주자와 연고가 있을 경우 총 비용의 1/2를, 연고가 없을 경우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에게 총 비용의 1/4을 삭감하는 규정을 통해 유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창립 초기에는 울프스덴, 그러니까 스코틀랜드의 서덜랜드 일대에서만 장례를 지도했으나, 가난한 이들의 사후 안식을 돕고자 영국 동부, 서부, 남부에 각각 지사를 하나씩 두어 곳곳에서 상조업을 영위하는 중이다. 무산 계급에게 친화적이지만 상류 사회 귀족 의뢰인도 적잖은 모양. 몇몇 고위 귀족 집안의 전속 의전관리사로 일임하고 있다. 


01-4. 더브 호의 악어

무분별하게 증식한 늑대 수를 감소시킬 목적으로 영지에서 가장 넓고 큰 염호鹽湖 ‘더브 호’에 악어를 풀어 사육하고 있다. 현재 더브 호에 서식하는 악어는 총 서른여 마리. 맹수로 분류되는 호주 크로커다일 종 중에서도 치악력이 대단한 개체만을 엄선해 그 핏줄을 유지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포이네이븐 산맥을 비롯한 울프스덴 일대에 악어를 풀어 늑대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일부러 먹이 공급을 중단해 악어 떼의 허기를 극대화시키는 수단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사냥 시기’의 악어들은 특히나 예민하고 사나워진다. 파충류 중에서 단연 차별화된 고지능을 자랑해 인간에게는 절대 이빨을 드러내지 않도록 훈련받았지만, 몇몇 성질 나쁜 개체는 비단 늑대뿐 아니라 시야에 들어오는 족족 먹어치우기 때문에 이 ‘사냥 시기’에 한해 거주민에게 외출 금지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더브 호 일대가 출입금지 구역으로 제한된 것 또한 같은 맥락.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로트와일러는 거주민과 방문객에게 한 가지 회피책을 알려주곤 한다: 악어의 왼쪽 눈이 있는 곳으로 발을 돌리시오. 그렇다면 당신은 산 목숨입니다.


01-5. 그 외

• 가계도상으로 로세시 공작 가와 가장 먼 방계지만 상류 사회에서 받는 취급은 공작의 직계 못지 않다. 오죽하면 로트와일러의 손님은 곧 로세시의 손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로세시 공작과 친분을 만들고자 로트와일러에게 접근하는 이가 적지 않다.

• 워낙 외진 곳에 있기도 하거니와 종교, 장례, 늑대, 악어가 공존하는 기이한 지역적 특징 탓에 몇몇 방정맞은 이들 사이에선 울프스덴을 둘러싼 기묘한 괴담이 나돌곤 한다. 가장 유명한 소문은 울프스덴 일대에서 방울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 누군가는 그것이 늑대의 하울링 소리라고 주장했고, 다른 누군가는 로트와일러 저택 예배당에서 울린 종소리가 산맥에 부딪쳐 메아리친 것이라 주장했으며, 또 어느 누군가는  죽어서도 신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한 망령들의 한탄이라 주장했으니 진실은 오직 그곳에 가 본 자만이 알 것이다.

• 최근 고위 귀족들의 비리를 폭로하기로 유명한 타블로이드 ‘언더독’에서 로트와일러에 대한 기사를 신문 전면에 실을 예정이었으나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암암리에 돌았다. 이 과정에 로세시 공작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 베풂을 아끼지 않고 관용을 미덕으로 삼는 만큼 내부적으로 엄숙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죄를 짓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종류를 막론하고 용납하지 않는데, 기도를 올리기 위한 손에 감히 죄를 묻혀 온 자에게는 묵주반지를 끼워 참회를 종용한다. 죄는 입증될 수 있으나 속죄는 증명될 수 없기에 한 번 반지가 끼워진 자는 죽을 때까지 그것을 몸에서 떼어낼 수 없고, 속죄를 증명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손가락을 도려내는 방법뿐이다. 



02

| 생활기록부 |


02-1. 인적 사항

8월 12일생. 현 로트와일러 가의 가주인 데스데모나 헤르셔 로트와일러Desdemona Hersher Rottweiler와 중국계 영국인 헤롯 리우 로트와일러Herod Liu Rottweiler의 직계비속이며, 1남 1녀 중 둘째다. 손위형제인 엘로힘 페르세우스 로트와일러Elohim Perseus Rottweiler와 무려 20살이나 차이나는 늦둥이 딸. 부모는 각각 로트와일러 상조의 본사와 지사를 경영하고 있으며, 오라비 또한 부검의이자 로트와일러 상조의 임원으로서 가업에 종사하고 있다. 


02-2. 클럽: 동물행동연구부

동물의 행동과 습성, 생리 등에 대한 관찰 및 생체모방 연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술 동아리 ‘동물행동연구부’의 부원. 1학년 때 입부하여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얘기로는, 작년 정기 학술회에서 발표한 소논문―「물총새 관찰을 통한 기송관Pneumatic tube 보완 연구: 소음 저감을 중심으로」가 몇몇 내빈객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유명 대학 교수에게 명함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02-3. 성적

과학의 발전을 신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보수적인 가풍과 달리 과학이라는 학문에 큰 흥미를 보이고 있다.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생물학이며, 그중에서도 진화생물학에 뜻이 깊다. 아리스타르코스가 주장하고 케플러가 증명한 지동설이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님을 제창했던 것처럼, 인간이 생명의 중심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 현 생물학계의 연구 동향이 마음에 든다나……. 어쨌거나 꽤 소질이 있는지 과학과 수학을 비롯한 이과 과목에 남다른 두각을 보이며, 현상 관찰과 분석 능력은 칭찬에 인색하다는 모 교수에게 인정받았을 정도다. 기존의 지식을 적재적소에 접목시키는 데 특히 훌륭하다. 반면 문과 과목 성적은 상상 이상으로 처참해 전 과목 평균 석차는 늘 중간에 머무르는 수준. 이외에는 예술 과목이 그나마 볼 만은 한 정도고 체육은 문과 과목 성적에 준한다.


02-4. 운영 위원회 

클럽 고문 교수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딱히 무언가를 바라고 참가한 게 아니기에 학술회가 끝난 뒤 주어지는 포상에 대해서도 마땅히 생각해 둔 바가 없다. 다만 운영 위원회 고문 교수에게는 ‘다른 위원회 참여자가 받기로 한 포상 중 하나와 같은 걸 받겠다’고 말해두었다고.


02-5. 소지품

검은색 원형 루페loupe. 활자를 읽을 때마다 꺼내 쓰기 때문에 약간의 손때가 묻어 있다. 영국의 사시사철 흐린 날씨를 고려해 실외 활동 중에는 언제나 장우산을 들고 다닌다.


02-6. 고해성사

주로 나타나는 장소는 도서관과 예배당. 신실한 로트와일러 출신답게 정기 미사에서 미사곡 전례 피아노 반주를 도맡고 있고, 주일은 물론 평일에도 꽤 자주 예배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말 못 할 근심을 안고 장의자에 앉아 신에게 기도 올리는 이들의 옆에는 언제나 이스가리옷이 묵직하게 자리를 보전하고 있으며, 이따금 그들의 고민거리와 걱정을 들어주는 이른바 ‘고해성사’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곳에서 들은 모든 고백을 그 종류가 어떻든지 간에 조건없이 함구해 주는 무거운 입과 적절한 순간 건네는 다정한 위로의 언사 덕분에 저마다의 이유로 번민하는 어린양들의 훌륭한 안식처가 되어 주고 있어 가히 ‘성모 마리아’라는 이명이 부끄럽지 않다.


02-7. 그 외

• 세례명 모데스티Modesty.

• 출생 직후 약 7년 가량 수도의 의료 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 병동 꼭대기층의 개인실에 입원한 데다 외부와의 교류를 극도로 삼갔기에 당시 그가 앓은 질환을 아는 이는 극소수의 병원 관계자와 로트와일러 일가뿐이다. 완치 여부조차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 공교롭게도 그가 퇴원하고 정확히 1년이 지났을 무렵 그의 오라비 엘로힘이 같은 의료원에 입원했다. 외과 의료진을 총동원해야 할 만큼 큰 수술이 여러 차례 집도되었다는데, 이에 로트와일러 일가에 모종의 유전병이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낭설은 엘로힘의 입원 사유가 ‘피습으로 인한 안면부 외상’임이 알려지고 난 후 종식되었으며 이후 엘로힘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 습관적으로 입을 가린다. 

• 스코티쉬 악센트를 사용한다. 영어 방언 중에서도 워낙 억양과 발음이 독특하다 보니 종종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자연스레 말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나이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경어를 사용하며, 종종 문어체를 써 누군가는 그의 화법에서 인위적이고 이질적인 느낌을 받기도 하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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