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비브 그랜트
“후회한 적 있나요?”
외관 :

구불거리는 흑단이 밤하늘을 연상케하고, 밝게 반짝이는 녹안은 수풀을 떠올리게 하니, 두 색의 조화가 녹색 숲을 이룬다. 허리 중반이나 겨우 닿는 머리카락은 항시 단정하게 묶고 다닌다. 눈동자 끝이 날카롭게 마무리되나, 머리카락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얇을 선으로만 이루어진 인물이라, 매섭다기보다 가냘픈 인상을 심었다.
치마 기장은 발목이 겨우 보이는 정도. 신발로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딱 맞게 제작해 입은 교복은 말끔하게 갖춰 입은 까닭에 주름 지는 날이 드물다. 상시 가지고 다니는 회중시계 역시 손을 좀 탔을 뿐, 고장난 곳이 없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새것과 다름 없어 보인다.
이름: 제네비브 그랜트/Genevive Grant
나이: 19
성별: 여성
국적: 영국
키/몸무게 : 165cm / 54kg, 마르고 왜소함
성격 :
[오래된 정적] [선 안의 다정] [때로, 포장된 언어]
말투처럼 정적이고 고요한 사람이다. 조곤조곤한 투로 조언한다면 조언했지, 언성 높일 일이 없다. 불안정한 상황에 처할 일이 없으니, 평온한 낯에 자리잡은 웃음이 여전하다. 매사 진지한 편인지라, (어떤 장난이냐에 따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장난을 쳐도 재밌는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 사람 자체가 소란과 거리에 먼 까닭에, 놀라더라도 잠깐 움찔하는 게 다다. 행동하기에 앞서 깊게, 그리고 오래 생각하기에 의도치 않게 침묵을 지키는 일이 많으나 끝에는 목소리를 낸다.
동시에 다정하고 상냥하다. 그러나 도를 넘지 않았다. 가진 자의 베풂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네비브는 선을 만들었다. 지금이 학생이라면 학생 신분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일만 했다. 이를 테면, 숙제를 함께한다거나, 모르는 문제를 알려준다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같이 찾는다거나…. 학생 신분을 벗어난 도움 요청에는 확답을 주지 못한다. 그는 그랜트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그 이름이 가진 재화를 관리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제네비브 그랜트는 무른 사람이다. 동정과 연민을 쉽게 품었다. 다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거짓말은 못해도 에둘러 표현하는 법을 터득했다. 솔직함이 무기가 된다고 믿지 않는다. 과한 솔직함은 무례함에 속하기도 하니. 또한, 무르다할지언정 몰아붙인다해도 소득은 없을 거다. 그는 자신을 위해, 필요한 순간에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고, 자신의 무름이 약점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기타 :
■ 그랜트Grant
영국 젠트리. 모직물 산업의 주축으로, 영국에서 유통되는 모직은 대개 그랜트의 손을 거친다. 부와 명성이 뒤따르는 건 당연한 일. 몰락한 귀족, 빈민층의 시기와 질투를 받을지언정, 그랜트의 사람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그랜트에 어떤 위협도 될 수 없음을 알고 있고, 모직물 사업의 주축이 된 이후로 사소한 구설수에도 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랜트와 관련된 소문도 손에 꼽다.
현 경영자는 제네비브의 아버지인 게일 그랜트Gale Grant. 번듯하고 윤리적인 기업가로 그랜트라는 이름 외로도, 게일 그랜트라는 개인으로 평판이 좋다. 빈민층의 자선사업까지 하고 있으니! 부인 로린 그랜트Lorin Grant와 금슬도 좋은 편.
5년 전 마차사고로 동생 루퍼트 그랜트Rupert Grant와 부인과 함께 사망해 혼자가 된 데버루 그랜트Devereux Grant를 거둬들여 지금까지도 같이 살고 있다. 당시 그랜트 경영자 자리를 두고 말이 많았는데도, 차별없이 제 아이처럼 품은 모습을 보고 마음씀씀이가 대단하단 이야기는 덤.
제네비브는 게일 그랜트와 로린 그랜트의 외동아(데버루 그랜트가 있긴 하지만 사촌이므로)로, 초여름 출생(6월 25일). 아버지를 닮은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와 비슷한 분위기를 갖췄더란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작은 아버지의 아들인 데버루와도 무난한 사이. 그러니 운영 위원회 포상으로 매번 특별 외출을 받곤 했다.
가족 내에서 특별히 거론된 적 없으나, 현 경영자의 자녀인 까닭에 차기 경영자로 암암리에 정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졸업 이후의 일이라 여기기에, 살리바 스쿨의 학생들과는 순수하게 친목만 다지는 중. 그보다는 졸업 직후 약혼에 관해 이야기가 오가긴 했는데, 명확히 정해진 건 없다.
■ 살리바 스쿨
모범생. 이미 졸업한 선배를 비롯해, 동급생, 후배, 그리고 교수에게도 대체적으로 행동거지가 바른 학생 A로 통용된다. 아버지를 닮아 어려서부터 셈을 곧잘했던 까닭에 기본 연산 및 수학은 타고난 듯. 그래봤자 천재의 범주에 들어서진 못한다. 그 외로도 특출나게 잘하는 과목이나 못하는 과목 없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 중. 자투리 시간은 주로 도서관에서 보낸다. 여가 시간 역시 독서. 또는 친한 사람과 티타임을 가진다.
대인관계 역시 원만. ‘그랜트’이기 때문인지, 제네비브 역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드물다. 계층 상관없이 대하는 모습 또한 게일 그랜트의 영향을 크게 받았겠거니, 하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성정이 성정인만큼, 주변 역시 고요하고 조용하다. 또한, 신중하고 말을 아끼는 성미인 탓에 고민상담하러 온 사람도 꽤 된다. 고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지라도(거기에 소소한 고민이라도!), 같이 심각하게 생각해준다며….
때때로 다른 학년의 승마 수업을 멀리서 구경한다던데, 정말 그런지 목격한 사람은 없다. 별개로, 승마 실력만큼은 수준급.
무던한 성격 탓에 주변에 사람이 많으나, 소문은 쉽게 믿지 않는다. 사람의 입을 오간 말들은 쉽게 퇴색되고 와전되기 마련이라 여긴다. 그렇기에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혹여나 진실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관여할 사항이라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2인 1실. 젠트리 계층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본인 자리만 관리를 잘 한다. 성격이나 차림새처럼 먼지없이 깔끔한 구역이 제네비브의 자리라 볼 수 있겠다.
■ 그 외
호불호는 크게 타지 않는다. 다만, 음식으로는 향신료가 강하거나 신맛인 것들을 선호하긴 한다. 맵거나 단 것은 잘 먹지 못한다. 때문에 티타임을 가지는 경우, 핑거푸드를 챙기는 일이 별로 없다.
운영 위원회에는 줄곧 참가했었다.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작은 포상으론 항상 특별 외출을 받아 그랜트 저택에 다녀왔다.
미성. 그리고 유려하게 굴러가는 발음을 가졌지만, 악센트 주는 일이 많지 않아 조곤조곤한 편.
환절기마다 약한 감기에 시달린다. 병약하지 않으나 건강하다 하기 어려운 체력.
평소 가지고 다니는 소지품, 꽃 자수가 들어간 손수건, 이름이 새겨진 남색 만년필이 전부.
손가락이 얇고 길다. 의외로 악력이 센 축.